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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창문이야기

걷고있는 찌꺼 2019.02.23 03:50

꼭 한 해를 살았던 남불의 내 작은 방에는 발밑까지 내려오는 큰 창이 있었다.

그 창을 통해선 먼 발치 언덕 위아름드리로 서 있는 큰 소나무를 볼 수 있었다.

덧창을 설컹이는 미스트랄 속에서 휘휘 소리를 내며 출렁이는 소나무를, 나는 닫힌 창에 머리를 박고 서늘한 눈으로 바라보곤 했었다.


그리고 꼭 8개월을 살았던 북불의 한 기숙사내 방 작은 창으로는 이웃집 검은 양철지붕이 내려다 보였다.

비가 개고 햇살조차 물빛을 띠며 투명하게 빛나는 맑은 오후면, 그 지붕 위로 젖은 몸을 말리러 비둘기들 찾아오고...

그 해 늦은 가을비바람 속에서 이웃 플라타너스잎 몇 장 창 앞으로 날아왔었지.

그들이 그해그 높은 기숙사 방으로 나를 찾아온 유일한 손님이었다.



그리고 3년을 살았던 한 단독주택 넓은 부엌창 밖으로는 북부 프랑스의 뾰족지붕들이 환하게 펼쳐져 있었다.

나는 높은 창틀에 다리를 길게 뻗고 앉아 그 집들 굴뚝에서 피어나는 연기와 이웃집 키 큰 꽃나무를 바라보는 걸 좋아했다.


그리고 지금나는 꿰맨 창을 통해 세상을 본다.

내 방 창으로 이제 나무는 더 이상 볼 수 없다.

아파트 건물들만 보일 뿐이다. 


꿰맨 창은 실로 내 방의 꿰맨 방충망에 붙인 이름이다.  

꿰맨 창으로 통해 비로소 나는 내 속의 창들을 본다.

꿰맨 창을 가로질로 그 창들이 보여 주었던 풍경들을, 비로서 다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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