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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과 기억

바다, 저 너머에 두고온 것이 너무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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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북부 앙블르퇴즈 해안에서


들뜬 마음으로 유학생활을 시작하고 나서도 한참 동안 바다에 가 볼 생각이 나지는 않았다.
버스로 한 20분만 달려가면 그 세계적이라는 지중해가 펼쳐지는 도시에 살면서 그곳을 찾은 건 한 달이 훨씬 지나서였다.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여름의 그저 평범한 해안이었건만, 바다를 대하고 섰을 때서야 다리에 힘이 풀리며 우루루 무너져 내렸다.
 너무, 너무 멀리 와 있었다
 그렇게 주저앉아 가는 눈으로 수평선을 바라보며, 두고온 것들을 생각했다.
 기꺼이 손을 놓은 것들, 그렇게 돌아서 한번도 다시 뒤돌아보지 않았던 것들...
 
그 뒤로도 유학 생활은 참으로 즐거웠다.
그곳의 생활과 공부는 내게는 여행 같았다.
그러면서도 어쩌다 바닷가에 설 때면, 두고 온 것들이 생각나 바다는 늘 슬펐다.
 
그 시절, 고향을 떠올린다는 건 '그리움'이 아니라 '슬픔'이었던 것 같다.
슬픔은 그래서 물처럼 흐르지 않고 파도처럼 몰려온다는 걸 가슴 깊이 느끼게 해주었던 그 시절, 그곳의 바다는 다시 '그리움'의, 아니 '슬픔'의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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