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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여행

프랑스의 벼룩시장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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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유학을 했을 때도, 긴 여행을 했던 때도, 나들이삼아 산책삼아 내가 즐겨 다녔던 곳은 벼룩시장이다.
그곳은 마을마다 연중 행사로 벼룩시장이 펼쳐진다.
벼룩시장이 열리는 날은 '9월 몇 째 주 토요일, 혹은 일요일' 식으로 일년 중 한 날을 정해 고정해 놓는다.
마을마다 열리는 달도, 날짜도 다른 만큼, 날씨가 좋아지기 시작하는 봄부터 시작해 추워지기 전 가을까지 동네 단위로 열리는 벼룩시장을 즐길 수 있다.

벼룩시장이 열리는 날은 마을의 축제일이다.
마을마다 존재하는 봉사단체들의 부스들이 자리를 잡고 평소 인사만 나누며 다니던 이웃주민들이 벼룩시장 좌판을 사이에 두고 환담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나같은 유학생에게는 생활용품이나 헌책을 싼값에 살 수 있는 때였고, 여행을 하면서는 특별한 기념품을 장만할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아주 오래되어 보이는 이런 나무통을 열면, 이 속에는 늘 특별하고 재밌는 것들이 들어있었다.

내가 몇 장 가지고 있는 1900년 초에 인쇄된 흑백사진의 엽서들은 이런 통 속에서 발견한 것이다.  



이 예쁜 접시들은 브르타뉴지방에서 생산되는 특별한 도자기들이다.
연세지긋한 할머님들이  너무 아낀 나머지 제대로 사용하지도 않고 간직해온 옛날 그릇들이 벼룩시장에는 가득하다.
나는 이런 데서 매우 싼 값에 그릇들을 사서 정말 잘 썼다.
이런 그릇들을 보면, 우리 어머님들 생각이 난다.
너무 귀하게 여긴 나머지 쓰지도 않고 간직만 하다가 어머님과 함께 나이만 먹은 그릇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귀국할 때는 하나도 가지고 오지 못한 것 또한 이런 도자기 그릇이다.
깨질 염려는 물론, 귀하다고 판단되는 다른 짐들 때문에 이런 접시는 내게는 늘 뒷전이었다.



내가 잊지 않고 쪼그리고 앉아 뒤지는 건 이런 소품들이 담겨있는 바구니다.
이런 데를 잘 뒤지면 내 마음에 드는 작고 예쁜 것들이 꼭 있게 마련이다.
이날도 나는 상자 바닥 깊숙히 놓여 있는 손톱만한 스텐레스 골무를 찾아냈다.(사진 맨앞 중앙!)
그리고 내가 지금도 갖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구할 수 없는 특별한 호두깎이와 프로방스지방에서 생산되는 도자기로 만든 매미 장식품을 발견한 데도 이런 잡동사니들로 가득한 상자안에서였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찾아오니 우리 동네 벼룩시장이 개장을 했다는 소식을 듣자, 마침 가난한 유학생의 가벼운 주말나들이가 되어주었던 옛날 프랑스에서 벼룩시장 생각이 났다. 

날이 너무 맑고 좋다.
나들이를 나가고 싶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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