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프랑스 릴(Lille) 시내 동쪽 끝에 위치해 있는 공동묘지 둘레길이다.
이 공동묘지는 묘지 안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철책으로 담장이 둘러져 있다.
20년 전 이 도시에서 유학을 할 때, 빙 둘러져 있는 이 담장을 따라 조깅을 했었다.
약 10km 쯤 되는 묘지 둘레를 달리다가 걷다가 하면서 정말 많이 달렸다.
그런 덕에 나는 릴에 올 때마다 이 묘지 둘레를 꼭 다시 걷곤 한다.
옛날처럼 뛰지는 않는다.
철책 너머로 언뜻언뜻 보이는 묘지를 바라보며, 걷기도 하고 달리기도 했던 그 때를 생각하면서 꼭 다시 찾는 추억의 장소이다.
지난 늦가을, 릴을 다시 방문했을 때도 어김없이 이 공동묘지를 찾았다.
옛날처럼 울타리가 쳐진 둘레길을 끝까지 걸었는데, 이번에는 묘지 안을 들어가 보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그렇게 자주 이 근처를 오갔지만 한번도 묘지 안을 들어가지 않다는 것을 생각해냈다.
여행을 가면, 그 도시의 묘지를 빼놓지 않고 방문하면서 살고 있는 마을의 조깅코스였던 묘지는 한번도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보슬비가 내리고 잠깐 갠 뒤라, 여전히 하늘은 흐렸고 길은 비에 젖어 있었다.
관을 덮은 화강암들과 무덤 사이의 포장된 길이 비에 젖어 검은빛을 띠었다.
프랑스의 묘지는 대부분 이런 풍경이다.
십자가와 죽은자를 추모하는 글들과 사진, 장신구들이 놓여 있다.
위 사진속 묘지는 사람들이 발길이 끊긴지가 꽤 되어 보이는 쓸쓸한 무덤 모습이다.
마침, 내가 이 묘지를 찾았을 때는 만성절이 막 지난 뒤였던 때라, 묘지에는 방문객들이 사다 놓은 꽃이 정말 많았다.
그러나 방문객이 없다고 해서 슬퍼하지 말라는 듯, 묘지 곳곳 공터에는 꽃들이 가득 피어있었다.
이름도 알 수 없는 낯선 꽃들이 마치 양탄자처럼 펼쳐져 있는 것이다.
그렇게 잠시 묘지안을 거닐었다.
추억의 장소는 이렇듯 낯선 새로운 여정을 만들고 그 길을 따라 여행이 이어진다.
비가 다시 곧 쏟아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