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꺼의 여행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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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르타뉴의 바람노래

프롤로그

걷고있는 찌꺼 2019.02.19 22:00


'브르타뉴’는 바람의 고장이다. 

브르타뉴에 살면서는 늘 바람속에 있었고, '바람'을 생각했다.

바람... 

밤마다 노래처럼 들리는, 들판을 휘감는 바람 소리를 들었다. 

어떻게 바람이 그런 소리를 내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옛날 '롤렐라이 언덕'에서 어부들을 홀렸다는 인어들의 노래소리가 바로 이런 소리가 아니었을까, 

생각하며 잠을 청하곤 했다. 

슬픈…  노래…


내가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걸 안 건 불과 몇 년 전이다. 일을 하면 할수록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것들을 좇아 다시 더 큰 일을 벌이고, 그러면서 더 많은 시간을 일에 할애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문득 일에 너무 집중해 있는 나를 발견했다. ‘이건 아닌데’라고 생각했지만, 이미 가속도가 붙어 빠르게 돌고 있는 사이클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그것을 멈추는 데는 큰 결심과 용기가 필요했다. 핑계없이, 온전히 일을 멈출 수가 없었다. 


우선! 멈추기로 했다. 앞으로 뭘 할지, 어떻게 돈을 벌지도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면, 결코 멈출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저 가볍게 천천히 살고 싶다는 생각만 했다. '그러려면 연습이 필요하다. 단번에 그렇게 살 수는 없는 법이다. 그래, 천천히 걷는 연습을 하기로 하자.' 그렇게 프랑스 체류가 시작되었다.


프랑스 서쪽에 위치한 ‘브르타뉴’(Bretagne)의 ‘렌’(Rennes)에 약 2년간 머물며, 그곳 지역을 여행하면서, 이웃의 낮은 담장너머 화단을 기웃거리며 산 것은 몇 년 전의 일이다.

 

그러나 그시절이 다 지나고 돌아와서도 몇년이 더 지났지만, 어떻게 살아야 할지 답을 찾은 건 아니다. 나는 여전히 천천히 사는 연습중이고 인생의 ‘여행중’이다. 나는 아직도 나에게 꼭 맞는 천천히 사는 법을 찾지 못했고, 길을 잃은 채 헤매고 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브르타뉴의 바람 한가운데 서 있는 기분에 젖곤 한다. 바람에 휘감겨, ‘나는 지금, 인생 어디쯤 서 있는 걸까?’ 생각한다. 


그리고 다시, 그시절 그곳의 바람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브르타뉴의 바람이 전해주는 이야기 속에서 내가 찾는 길을, 우리가 찾는 길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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