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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

휴식 프랑스 서북부 에메랄드 해안에서 해안에 난 오솔길을 따라 한참을 걸었다. 숨을 돌리며, 돌 위에 잠시 앉아있었는데 하늘과 맞닿은 바로 그지점에 내가 있었다. 더보기
추억속 참나무 산책로 이곳은 몇년 전 약 2년 동안 살았던 프랑스 렌의 '게리내 산책로'이다.긴 겨울이 가고 물이오르기 시작하는, 꼭 요즘같은 계절의 산책로 모습이다.근처에 있는 '아삐네(Apiné)호수'를 가기 위해, 얼마나 많이 이 길을 걸었는지 모른다. 중간엔 볕이 잘 드는 넓은 공터도 있다.공터라고 해야 사이길로 들어설 수 있는 작은 로타리 같은 곳이지만, 나무가 별로 없는 이 지점은 볕이 잘 들어 환하고 따뜻했다. 게리내산책로에 있는 이 나무들은 거의가 참나무다.우리나라에서 본 적 없는 조금은 색다른 도토리가 달리기는 하지만, 참나무가 분명하다.비가 많이 내리는 고장답게 나무 몸통에는 푸른 이끼들이 피어있다.이끼와 함께 자라는 나무들은 비가 많이 내리는 숲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한다. 비가 많이 와서일까? 아니면 옆.. 더보기
바다, 저 너머에 두고온 것이 너무 많아! 프랑스 북부 앙블르퇴즈 해안에서 들뜬 마음으로 유학생활을 시작하고 나서도 한참 동안 바다에 가 볼 생각이 나지는 않았다. 버스로 한 20분만 달려가면 그 세계적이라는 지중해가 펼쳐지는 도시에 살면서 그곳을 찾은 건 한 달이 훨씬 지나서였다.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여름의 그저 평범한 해안이었건만, 바다를 대하고 섰을 때서야 다리에 힘이 풀리며 우루루 무너져 내렸다. 너무, 너무 멀리 와 있었다 그렇게 주저앉아 가는 눈으로 수평선을 바라보며, 두고온 것들을 생각했다. 기꺼이 손을 놓은 것들, 그렇게 돌아서 한번도 다시 뒤돌아보지 않았던 것들... 그 뒤로도 유학 생활은 참으로 즐거웠다. 그곳의 생활과 공부는 내게는 여행 같았다. 그러면서도 어쩌다 바닷가에 설 때면, 두고 온 것들이 생각나 바다는.. 더보기
추억의 향나무 조각 이 나무 조각은 향나무이다.사진상으로 크기를 짐작하기 어렵지만, 사실 이 조각들은 아주 작은 것이다. 20여년 전 프랑스에서 유학을 할 때, 세들어 살던 집의 주인 할아버지께서 들일을 하러 가셨다가 잘라다 주신 선물이다."찌꺼야! 향을 맞아봐~ 향이 너무 좋지?" 하시며, "네게 주는 거다." 하셨다.나는 고맙다고 인사를 하며, 이 나무조각을 받아 바로 냄새를 맡았다.한번 숨을 "움~"하면서 들이마시면서 금방 '향나무'라는 걸 알았다. 아마도 당시 할아버지는 내게 향나무의 불어식 이름을 말씀하셨을지도 모르겠다.그러나 당시에도 지금도 나는 향나무의 불어식 표현은 모른다.다만, 너무 반가운 표정으로 이 나무가 무슨 나무인지 안다는 표현을 했고 내 표정 속에서 할아버지는 내가 잘 알고 있는 나무라는 걸 아셨을.. 더보기
추억의 창문이야기 창, 꼭 한 해를 살았던 남불의 내 작은 방에는 발밑까지 내려오는 큰 창이 있었다.그 창을 통해선 먼 발치 언덕 위, 아름드리로 서 있는 큰 소나무를 볼 수 있었다.덧창을 설컹이는 미스트랄 속에서 휘휘 소리를 내며 출렁이는 소나무를, 나는 닫힌 창에 머리를 박고 서늘한 눈으로 바라보곤 했었다. 그리고 꼭 8개월을 살았던 북불의 한 기숙사, 내 방 작은 창으로는 이웃집 검은 양철지붕이 내려다 보였다.비가 개고 햇살조차 물빛을 띠며 투명하게 빛나는 맑은 오후면, 그 지붕 위로 젖은 몸을 말리러 비둘기들 찾아오고...그 해 늦은 가을, 비바람 속에서 이웃 플라타너스, 잎 몇 장 창 앞으로 날아왔었지.그들이 그해, 그 높은 기숙사 방으로 나를 찾아온 유일한 손님이었다. 그리고 3년을 살았던 한 단독주택 넓은 부.. 더보기
여행객의 가방 -프랑스 라곶(Pointe du Raz)에서- 나는 물건이 너무 많다. 필요한 물건은 물론, 필요할 것 같은 것에서 신기한 것까지... 조금이라도 흥미가 가는 물건이 있으면, 거의 사는 편이다. 그래서 서랍, 찬장, 창고 등은 온갖 물건들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이런 내 태도가 시험 받을 때가 있는데, 바로 여행을 할 때이다. 여행을 할 때는 갖고 싶은 것을 다 살 수 없다. 게다가 짐을 지고 다녀야 하는 상황이라면, 있는 것조차 덜고 싶은 심정이다. 작고 소소한 기념품이라도 살 수 있다면, 그건 정말 운이 좋은 경우다. 그러나 그래서 여행이 좋다. 등에 한봇짐 짊어지고 다니며, 사람이 살기에 그렇게 많은 물건이 필요하지 않다는 걸,너무 마음에 드는 것을 놓고 뒤돌아서는 법을 배운다. 더보기
죽은 자들과 함께 -파리 페르라세즈 묘지-도시에서 묘지는 마치 섬같은 곳이다. 그 도시가 관광으로 유명한 곳이라면, 더더욱 적막 속에 오롯이 떠 있는 섬속을 거니는 느낌이다. 여행을 하면서 묘지를 구경하는 건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늘 묘지를 찾게 된다. 좋아하는 작가를 만나기 위해서도 가고, 특별한 풍광 때문에 찾기도 하고... 한번은 건강에 효험이 있다고 전해지는 성녀의 무덤가 흙을 푸러 가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묘지도 여행 중 꼭 들르는 장소 중 하나가 되었다. 죽은자들 곁을 거닐다 보면, 삶과 죽음의 경계가 그렇게 넓지 않다는 걸 느낀다. 적막하기만 한 무덤, 그들 곁에서 죽음이 주는 평화는 이런 느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적막한 평화... 더보기
시어머님의 선물 옛날 이혼하기 전, 지금은 돌아가신 시어머님이 인도네시아 여행 길에 내게 사다 주신 컵받침들이다. 천연소재 잎에 헝겊을 더해 짠 것인데, 여름에 물이 뚝뚝 흐르는 시원한 음료를 받치기에 너무 좋다.쏙 마음에 드는 무늬는 아니지만, 그 지역 전통적인 문양이 지금은 그 자체로 개성있어 좋다.당시, 정말 많은 것을 내게 선물로 사다주셨는데, 이혼하는 과정에서 다 흐트러지고 어떻게 이것들만 내 수중에 남았다.지금은 그분과의 추억으로 잘 간직하고 있다. 좀더 오래 사셨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요즘에서야 한다.10여년 전에 돌아가신 그분을 이혼한 뒤에는 한번도 뵙지 못했다. 세월이 약이란 말이 맞다. 이혼한지 20년이 넘으니, 상처보다도 좋았던 기억들이 더 많이 생각난다. 지금쯤이라면, 옛날 얘기하듯 지난 이야기를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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