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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과 기억

여행지에서 길잃기 몇 해전 겨울, 하이델베르그(Heidelberg)를 여행했을 때는 함박눈이 펑펑 내렸고 눈속에서 난 온통 길을 잃고 헤매며 다녔다. 그러다 문득 발견한, 개나리를 닮은 노란꽃! 겨울, 눈속에서 꽃을 피운 그를 보면서 "너도 나처럼 길을 잃었구나!" 했다. 더보기
봄, 프랑스 숲길 봄, 프랑스의 숲은 겨우내 내린 비로 온통 진흙탕이다. 길 가장자리, 덜 질척거리는 곳을 골라 조심스럽게 숲을 걷다가 고개를 들면너무 숲 깊숙히 들어오지 않았나 하는 걱정에 불현듯 두려움이 일었다.그러나 이런 공포심에 가슴 졸이며 서둘러 숲을 돌아나오면, 늘 몇 발짝 가지 않아 찻길이나 마을어귀가 나오곤 했다. 더보기
땅의 끝, 새로운 세상이 시작되는 곳 프랑스 두아르느네(Douarnenez) 항구에서 여기가 땅의 끝일까? 늘 끝을 만나는 것은, 끝에 도달하는 것은 두렵다. '여기가 세상의 끝이구나!' 했던 적이 있었다. 인생을 살면서 정말 모든 것이 끝났다고, 더는 발을 디딜 곳이 없다고 느낀 적들이 있다. 그러나 늘 그 끝에서 내가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새로운 세상은 내게 늘 그렇게 왔다. 끝이라고 생각한 바로 그 지점에서, '죽자!'하며 낭떠러지 바로 앞으로 한발을 디딜 때야만 그 세상은 열렸다. 옛날 거친 바다를 향해 배를 띄웠던 사람들의 마음도 이랬을까? 땅 끝, 대서양으로 향한 항구에서 바다를 보니, 지나온 인생이 떠올랐다. 더보기
휴식 프랑스 서북부 에메랄드 해안에서 해안에 난 오솔길을 따라 한참을 걸었다. 숨을 돌리며, 돌 위에 잠시 앉아있었는데 하늘과 맞닿은 바로 그지점에 내가 있었다. 더보기
바다, 저 너머에 두고온 것이 너무 많아! 프랑스 북부 앙블르퇴즈 해안에서 들뜬 마음으로 유학생활을 시작하고 나서도 한참 동안 바다에 가 볼 생각이 나지는 않았다. 버스로 한 20분만 달려가면 그 세계적이라는 지중해가 펼쳐지는 도시에 살면서 그곳을 찾은 건 한 달이 훨씬 지나서였다.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여름의 그저 평범한 해안이었건만, 바다를 대하고 섰을 때서야 다리에 힘이 풀리며 우루루 무너져 내렸다. 너무, 너무 멀리 와 있었다 그렇게 주저앉아 가는 눈으로 수평선을 바라보며, 두고온 것들을 생각했다. 기꺼이 손을 놓은 것들, 그렇게 돌아서 한번도 다시 뒤돌아보지 않았던 것들... 그 뒤로도 유학 생활은 참으로 즐거웠다. 그곳의 생활과 공부는 내게는 여행 같았다. 그러면서도 어쩌다 바닷가에 설 때면, 두고 온 것들이 생각나 바다는.. 더보기
여행객의 가방 -프랑스 라곶(Pointe du Raz)에서- 나는 물건이 너무 많다. 필요한 물건은 물론, 필요할 것 같은 것에서 신기한 것까지... 조금이라도 흥미가 가는 물건이 있으면, 거의 사는 편이다. 그래서 서랍, 찬장, 창고 등은 온갖 물건들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이런 내 태도가 시험 받을 때가 있는데, 바로 여행을 할 때이다. 여행을 할 때는 갖고 싶은 것을 다 살 수 없다. 게다가 짐을 지고 다녀야 하는 상황이라면, 있는 것조차 덜고 싶은 심정이다. 작고 소소한 기념품이라도 살 수 있다면, 그건 정말 운이 좋은 경우다. 그러나 그래서 여행이 좋다. 등에 한봇짐 짊어지고 다니며, 사람이 살기에 그렇게 많은 물건이 필요하지 않다는 걸,너무 마음에 드는 것을 놓고 뒤돌아서는 법을 배운다. 더보기
죽은 자들과 함께 -파리 페르라세즈 묘지-도시에서 묘지는 마치 섬같은 곳이다. 그 도시가 관광으로 유명한 곳이라면, 더더욱 적막 속에 오롯이 떠 있는 섬속을 거니는 느낌이다. 여행을 하면서 묘지를 구경하는 건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늘 묘지를 찾게 된다. 좋아하는 작가를 만나기 위해서도 가고, 특별한 풍광 때문에 찾기도 하고... 한번은 건강에 효험이 있다고 전해지는 성녀의 무덤가 흙을 푸러 가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묘지도 여행 중 꼭 들르는 장소 중 하나가 되었다. 죽은자들 곁을 거닐다 보면, 삶과 죽음의 경계가 그렇게 넓지 않다는 걸 느낀다. 적막하기만 한 무덤, 그들 곁에서 죽음이 주는 평화는 이런 느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적막한 평화... 더보기
선사시대유적을 찾아가는 길 프랑스의 브르타뉴지방에는 선사시대 거석 문화유적이 많다.사진 속의 이 거대한 돌은 돌드브르타뉴에 있는 선돌로, 나는 이 돌을 보기 위해 인적 드문 차도를 한참 걸었다.누가? 왜 이곳에 이렇게 거대한 돌을 가져다 놓은 걸까?가끔 아주 오래된 문명 이전에 형성된 유적 앞에서 현기증을 일으킬 때가 있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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