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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여행

프랑스의 공동묘지 둘레길 산책 ​​이곳은 프랑스 릴(Lille) 시내 동쪽 끝에 위치해 있는 공동묘지 둘레길이다.이 공동묘지는 묘지 안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철책으로 담장이 둘러져 있다.20년 전 이 도시에서 유학을 할 때, 빙 둘러져 있는 이 담장을 따라 조깅을 했었다.약 10km 쯤 되는 묘지 둘레를 달리다가 걷다가 하면서 정말 많이 달렸다. ​그런 덕에 나는 릴에 올 때마다 이 묘지 둘레를 꼭 다시 걷곤 한다.옛날처럼 뛰지는 않는다.​철책 너머로 언뜻언뜻 보이는 묘지를 바라보며, 걷기도 하고 달리기도 했던 그 때를 생각하면서 꼭 다시 찾는 추억의 장소이다.지난 늦가을, 릴을 다시 방문했을 때도 어김없이 이 공동묘지를 찾았다.옛날처럼 울타리가 쳐진 둘레길을 끝까지 걸었는데, 이번에는 묘지 안을 들어가 보기로 했다.그러고 보니, 그.. 더보기
베슈렐(Bécherel)의 책방골목 프랑스의 '베슈렐'(Bécherel)이라는 곳은 '책의 도시'이다. 온 동네가 고서점들과 북카페, 책을 소재로 한 공방들로 가득한 곳이다. 나는 베슈렐이 꼭 책의 도시라서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이 도시의 아주 작고 고즈넉한 풍경과 분위기가 마음을 너무 편안하게 한다. 이렇게 작고 소박한 골목이 이 도시 가장 중심가 골목 중 하나이니, 얼마나 소박한 곳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나는 바로 이 근처에서 집을 판다는 안내판이 걸려 있는 것을 보고는 그 집을 사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여행을 그렇게 많이 다녔지만,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게 든 곳은 베슈렐이 유일했다. 더보기
프랑스의 벼룩시장 나들이 프랑스에서 유학을 했을 때도, 긴 여행을 했던 때도, 나들이삼아 산책삼아 내가 즐겨 다녔던 곳은 벼룩시장이다. 그곳은 마을마다 연중 행사로 벼룩시장이 펼쳐진다. 벼룩시장이 열리는 날은 '9월 몇 째 주 토요일, 혹은 일요일' 식으로 일년 중 한 날을 정해 고정해 놓는다. 마을마다 열리는 달도, 날짜도 다른 만큼, 날씨가 좋아지기 시작하는 봄부터 시작해 추워지기 전 가을까지 동네 단위로 열리는 벼룩시장을 즐길 수 있다. 벼룩시장이 열리는 날은 마을의 축제일이다. 마을마다 존재하는 봉사단체들의 부스들이 자리를 잡고 평소 인사만 나누며 다니던 이웃주민들이 벼룩시장 좌판을 사이에 두고 환담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나같은 유학생에게는 생활용품이나 헌책을 싼값에 살 수 있는 때였고, 여행을 하면서는 특별.. 더보기
추억속 참나무 산책로 이곳은 몇년 전 약 2년 동안 살았던 프랑스 렌의 '게리내 산책로'이다.긴 겨울이 가고 물이오르기 시작하는, 꼭 요즘같은 계절의 산책로 모습이다.근처에 있는 '아삐네(Apiné)호수'를 가기 위해, 얼마나 많이 이 길을 걸었는지 모른다. 중간엔 볕이 잘 드는 넓은 공터도 있다.공터라고 해야 사이길로 들어설 수 있는 작은 로타리 같은 곳이지만, 나무가 별로 없는 이 지점은 볕이 잘 들어 환하고 따뜻했다. 게리내산책로에 있는 이 나무들은 거의가 참나무다.우리나라에서 본 적 없는 조금은 색다른 도토리가 달리기는 하지만, 참나무가 분명하다.비가 많이 내리는 고장답게 나무 몸통에는 푸른 이끼들이 피어있다.이끼와 함께 자라는 나무들은 비가 많이 내리는 숲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한다. 비가 많이 와서일까? 아니면 옆.. 더보기
추억의 향나무 조각 이 나무 조각은 향나무이다.사진상으로 크기를 짐작하기 어렵지만, 사실 이 조각들은 아주 작은 것이다. 20여년 전 프랑스에서 유학을 할 때, 세들어 살던 집의 주인 할아버지께서 들일을 하러 가셨다가 잘라다 주신 선물이다."찌꺼야! 향을 맞아봐~ 향이 너무 좋지?" 하시며, "네게 주는 거다." 하셨다.나는 고맙다고 인사를 하며, 이 나무조각을 받아 바로 냄새를 맡았다.한번 숨을 "움~"하면서 들이마시면서 금방 '향나무'라는 걸 알았다. 아마도 당시 할아버지는 내게 향나무의 불어식 이름을 말씀하셨을지도 모르겠다.그러나 당시에도 지금도 나는 향나무의 불어식 표현은 모른다.다만, 너무 반가운 표정으로 이 나무가 무슨 나무인지 안다는 표현을 했고 내 표정 속에서 할아버지는 내가 잘 알고 있는 나무라는 걸 아셨을.. 더보기
추억의 창문이야기 창, 꼭 한 해를 살았던 남불의 내 작은 방에는 발밑까지 내려오는 큰 창이 있었다.그 창을 통해선 먼 발치 언덕 위, 아름드리로 서 있는 큰 소나무를 볼 수 있었다.덧창을 설컹이는 미스트랄 속에서 휘휘 소리를 내며 출렁이는 소나무를, 나는 닫힌 창에 머리를 박고 서늘한 눈으로 바라보곤 했었다. 그리고 꼭 8개월을 살았던 북불의 한 기숙사, 내 방 작은 창으로는 이웃집 검은 양철지붕이 내려다 보였다.비가 개고 햇살조차 물빛을 띠며 투명하게 빛나는 맑은 오후면, 그 지붕 위로 젖은 몸을 말리러 비둘기들 찾아오고...그 해 늦은 가을, 비바람 속에서 이웃 플라타너스, 잎 몇 장 창 앞으로 날아왔었지.그들이 그해, 그 높은 기숙사 방으로 나를 찾아온 유일한 손님이었다. 그리고 3년을 살았던 한 단독주택 넓은 부.. 더보기
시어머님의 선물 옛날 이혼하기 전, 지금은 돌아가신 시어머님이 인도네시아 여행 길에 내게 사다 주신 컵받침들이다. 천연소재 잎에 헝겊을 더해 짠 것인데, 여름에 물이 뚝뚝 흐르는 시원한 음료를 받치기에 너무 좋다.쏙 마음에 드는 무늬는 아니지만, 그 지역 전통적인 문양이 지금은 그 자체로 개성있어 좋다.당시, 정말 많은 것을 내게 선물로 사다주셨는데, 이혼하는 과정에서 다 흐트러지고 어떻게 이것들만 내 수중에 남았다.지금은 그분과의 추억으로 잘 간직하고 있다. 좀더 오래 사셨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요즘에서야 한다.10여년 전에 돌아가신 그분을 이혼한 뒤에는 한번도 뵙지 못했다. 세월이 약이란 말이 맞다. 이혼한지 20년이 넘으니, 상처보다도 좋았던 기억들이 더 많이 생각난다. 지금쯤이라면, 옛날 얘기하듯 지난 이야기를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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