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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단상

강화도 동막갯벌에서 저만치 물이 빠진 너른 갯벌 위를 맨발로 걸어 보았다. 발가락사이로 진흙의 느낌이 너무 좋다. 그리고 갯벌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생명체들이 너무 많다는 것에 또 놀란다. 그러다 고개를 들면, 이 너른 벌판의 생명들이 뿜어내는 생명력으로 어찔어찔 현기증이 일 듯하다. 그들과 함께 바로 여기에, 내가 살아 있다. 더보기
황매산 능선을 걷다가 황매산 정상은 이렇게 풀밭이다. 나는 우리나라에서 풀밭으로 이루어진 산의 정상은 본 적이 없어 놀랍고 의아했다. 나무를 모두 베어내고 소를 키웠던 흔적이라고 했다. 소들이 독이 있는 철쭉만 남겨놔, 황매산에 철쭉이 그토록 번성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구비구비 발 아래 펼쳐진 구름들 위에 서서 햇볕 한 점 가릴 나무 한 그루 없는 능선을 걷는데, 아름답기보다 산을 바꿔 놓을 수 있는 '인간의 탐욕'에 가슴이 먹먹했다. 더보기
성벽위 꽃이 지는 아침 프랑스의 '앤느봉'(Hennbont)이라는 도시를 방문했을 때는 서양 겹벚꽃이 한창이던 사월 아침이었다. 이곳은 근처에 독일군 기지가 존재한다는 이유로, 2차 대전 당시 연합군의 폭격을 받은 곳이다. 폭격으로 폐허가 된 까닭에 도시의 건물은 대부분 20세기에 지어진 것들이다. 그러니 다른 곳에 비해 도시 경관은 보잘 것 없다. 그런 중에도 멋진 성벽과 중세의 오래된 성당이 건재하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차가운 공기가 채 가시지 않은 아침... 슬픈 도시의 성벽 위, 꽃이 지고 있었다. 더보기
'생말로'(Saint-Malo) 성벽위 걷기 프랑스의 '생말로'(Saint-Malo)를 둘러싸고 있는 성벽(remparts)은 아주 두꺼운 이중벽으로 되어 있다. 그래서 다른 어떤 성벽보다 넓고 견고하다. 멀리 바다를 통해 쳐들어오는 영국인들을 막기 위해서였을까? 내륙에서 침략해오는 프랑스 왕국을 막기 위해서였을까? 아니면, 자기 조국 브르타뉴로부터의 압력을 막기 위해서였을까? 생말로는 예로부터 해적들의 소굴로 알려져 있다. 그런 탓에 이들 모두가 생말로 사람들에겐 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 어디에도 통제받지 않았던 해적들이 이룩해 놓은 견고한 성벽 위를 걸으며, '진정한 요새란 이런 곳인가보다', 생각했다. 더보기
에딘버러(Edinburgh)의 슬픈 골목길 관광객으로 넘치는 '에딘버러'(Edinburgh) 시내는 조금만 발길을 돌리면, 아주 좁고 가파른 골목길이 너무 많다. 처음 이 골목들을 발견했을 때는 너무 아름다워, 펄쩍거리며 골목을 누비고 다녔다. 그러나 과거 이곳에서 행해진 잔인하고 비인권적인 사건을 알게 되면서는... 너무 슬프다. 에딘버러의 골목들은 과거 가난한 사람들의 삶의 흔적을 잘 보여주고 있다. 골목 한가운데 서면 그들의 처연한 눈빛이 느껴진다. 슬픈 골목길... 더보기
지난 추억 되돌아보기 프랑스 몽펠리에(Montpellier) 추억의 장소에서 바라보는 건 도시의 풍경이 아니라 지난 추억들이다. 먼 시절, 대륙을 횡단해 프랑스까지 온 것은 순전히 세월을 훌쩍 넘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정말 거짓말처럼 세월이 지났다. 살아서 그 긴 세월을 다 빠져나왔다. 결코 지나가지 못할 것 같은 긴 세월을 빠져나와, 내가 살아 있다. 더보기
바람속을 걷다 스코틀랜드의 '에딘버러'(Edinburgh)에서 도시를 휘감고 있는 엉겅퀴꽃 장식에, 상점마다 가득 쌓여있는 알록달록 체크 모직천들에, 좁고 긴 골목길에, 온통 마음 빼앗겼지만 그럼에도 가장 내 마음을 사로 잡은 건 '홀리루드 파크'(Holyrood Park)다. 에딘버러를 또 간다면, 그건 바로 그곳에 다시 가고 싶어서일 것이다. 더보기
여행지에서 길잃기 몇 해전 겨울, 하이델베르그(Heidelberg)를 여행했을 때는 함박눈이 펑펑 내렸고 눈속에서 난 온통 길을 잃고 헤매며 다녔다. 그러다 문득 발견한, 개나리를 닮은 노란꽃! 겨울, 눈속에서 꽃을 피운 그를 보면서 "너도 나처럼 길을 잃었구나!" 했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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