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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단상

해변의 구름속으로 브르타뉴 지방은 손을 뻗으면 닿을 듯, 두툼한 뭉게구름이 둥실둥실 떠있다가 어느새 바람에 썩 물러나고 구름 한점 없는 파란 하늘이 나타나다가, 금방 짙은 회색 구름으로 온통 뒤덮히는 등, 변화무쌍한 일기를 보이는 곳이다. '라르모르쁠라주'(Larmoreplage)라는 도시의 바닷가를 걸었을 때는 비바람이 불다가 멈추다가... 무척이나 변덕스러운 여름, 어느 날이었다. 그날 라르모르쁠라주 해안에서 구름을 보면서는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을 떠올렸다. 예수가 우리를 심판하러 올 때는 저런 구름과 함께 올 것 같기도 하다. 구름 속으로, 폭풍우 속으로 들어가며 생각했다. 더보기
여행객의 가방 -프랑스 라곶(Pointe du Raz)에서- 나는 물건이 너무 많다. 필요한 물건은 물론, 필요할 것 같은 것에서 신기한 것까지... 조금이라도 흥미가 가는 물건이 있으면, 거의 사는 편이다. 그래서 서랍, 찬장, 창고 등은 온갖 물건들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이런 내 태도가 시험 받을 때가 있는데, 바로 여행을 할 때이다. 여행을 할 때는 갖고 싶은 것을 다 살 수 없다. 게다가 짐을 지고 다녀야 하는 상황이라면, 있는 것조차 덜고 싶은 심정이다. 작고 소소한 기념품이라도 살 수 있다면, 그건 정말 운이 좋은 경우다. 그러나 그래서 여행이 좋다. 등에 한봇짐 짊어지고 다니며, 사람이 살기에 그렇게 많은 물건이 필요하지 않다는 걸,너무 마음에 드는 것을 놓고 뒤돌아서는 법을 배운다. 더보기
죽은 자들과 함께 -파리 페르라세즈 묘지-도시에서 묘지는 마치 섬같은 곳이다. 그 도시가 관광으로 유명한 곳이라면, 더더욱 적막 속에 오롯이 떠 있는 섬속을 거니는 느낌이다. 여행을 하면서 묘지를 구경하는 건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늘 묘지를 찾게 된다. 좋아하는 작가를 만나기 위해서도 가고, 특별한 풍광 때문에 찾기도 하고... 한번은 건강에 효험이 있다고 전해지는 성녀의 무덤가 흙을 푸러 가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묘지도 여행 중 꼭 들르는 장소 중 하나가 되었다. 죽은자들 곁을 거닐다 보면, 삶과 죽음의 경계가 그렇게 넓지 않다는 걸 느낀다. 적막하기만 한 무덤, 그들 곁에서 죽음이 주는 평화는 이런 느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적막한 평화...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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