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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

성벽위 꽃이 지는 아침 프랑스의 '앤느봉'(Hennbont)이라는 도시를 방문했을 때는 서양 겹벚꽃이 한창이던 사월 아침이었다. 이곳은 근처에 독일군 기지가 존재한다는 이유로, 2차 대전 당시 연합군의 폭격을 받은 곳이다. 폭격으로 폐허가 된 까닭에 도시의 건물은 대부분 20세기에 지어진 것들이다. 그러니 다른 곳에 비해 도시 경관은 보잘 것 없다. 그런 중에도 멋진 성벽과 중세의 오래된 성당이 건재하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차가운 공기가 채 가시지 않은 아침... 슬픈 도시의 성벽 위, 꽃이 지고 있었다. 더보기
'생말로'(Saint-Malo) 성벽위 걷기 프랑스의 '생말로'(Saint-Malo)를 둘러싸고 있는 성벽(remparts)은 아주 두꺼운 이중벽으로 되어 있다. 그래서 다른 어떤 성벽보다 넓고 견고하다. 멀리 바다를 통해 쳐들어오는 영국인들을 막기 위해서였을까? 내륙에서 침략해오는 프랑스 왕국을 막기 위해서였을까? 아니면, 자기 조국 브르타뉴로부터의 압력을 막기 위해서였을까? 생말로는 예로부터 해적들의 소굴로 알려져 있다. 그런 탓에 이들 모두가 생말로 사람들에겐 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 어디에도 통제받지 않았던 해적들이 이룩해 놓은 견고한 성벽 위를 걸으며, '진정한 요새란 이런 곳인가보다', 생각했다. 더보기
에딘버러(Edinburgh)의 슬픈 골목길 관광객으로 넘치는 '에딘버러'(Edinburgh) 시내는 조금만 발길을 돌리면, 아주 좁고 가파른 골목길이 너무 많다. 처음 이 골목들을 발견했을 때는 너무 아름다워, 펄쩍거리며 골목을 누비고 다녔다. 그러나 과거 이곳에서 행해진 잔인하고 비인권적인 사건을 알게 되면서는... 너무 슬프다. 에딘버러의 골목들은 과거 가난한 사람들의 삶의 흔적을 잘 보여주고 있다. 골목 한가운데 서면 그들의 처연한 눈빛이 느껴진다. 슬픈 골목길... 더보기
지난 추억 되돌아보기 프랑스 몽펠리에(Montpellier) 추억의 장소에서 바라보는 건 도시의 풍경이 아니라 지난 추억들이다. 먼 시절, 대륙을 횡단해 프랑스까지 온 것은 순전히 세월을 훌쩍 넘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정말 거짓말처럼 세월이 지났다. 살아서 그 긴 세월을 다 빠져나왔다. 결코 지나가지 못할 것 같은 긴 세월을 빠져나와, 내가 살아 있다. 더보기
바람속을 걷다 스코틀랜드의 '에딘버러'(Edinburgh)에서 도시를 휘감고 있는 엉겅퀴꽃 장식에, 상점마다 가득 쌓여있는 알록달록 체크 모직천들에, 좁고 긴 골목길에, 온통 마음 빼앗겼지만 그럼에도 가장 내 마음을 사로 잡은 건 '홀리루드 파크'(Holyrood Park)다. 에딘버러를 또 간다면, 그건 바로 그곳에 다시 가고 싶어서일 것이다. 더보기
여행지에서 길잃기 몇 해전 겨울, 하이델베르그(Heidelberg)를 여행했을 때는 함박눈이 펑펑 내렸고 눈속에서 난 온통 길을 잃고 헤매며 다녔다. 그러다 문득 발견한, 개나리를 닮은 노란꽃! 겨울, 눈속에서 꽃을 피운 그를 보면서 "너도 나처럼 길을 잃었구나!" 했다. 더보기
봄, 프랑스 숲길 봄, 프랑스의 숲은 겨우내 내린 비로 온통 진흙탕이다. 길 가장자리, 덜 질척거리는 곳을 골라 조심스럽게 숲을 걷다가 고개를 들면너무 숲 깊숙히 들어오지 않았나 하는 걱정에 불현듯 두려움이 일었다.그러나 이런 공포심에 가슴 졸이며 서둘러 숲을 돌아나오면, 늘 몇 발짝 가지 않아 찻길이나 마을어귀가 나오곤 했다. 더보기
땅의 끝, 새로운 세상이 시작되는 곳 프랑스 두아르느네(Douarnenez) 항구에서 여기가 땅의 끝일까? 늘 끝을 만나는 것은, 끝에 도달하는 것은 두렵다. '여기가 세상의 끝이구나!' 했던 적이 있었다. 인생을 살면서 정말 모든 것이 끝났다고, 더는 발을 디딜 곳이 없다고 느낀 적들이 있다. 그러나 늘 그 끝에서 내가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새로운 세상은 내게 늘 그렇게 왔다. 끝이라고 생각한 바로 그 지점에서, '죽자!'하며 낭떠러지 바로 앞으로 한발을 디딜 때야만 그 세상은 열렸다. 옛날 거친 바다를 향해 배를 띄웠던 사람들의 마음도 이랬을까? 땅 끝, 대서양으로 향한 항구에서 바다를 보니, 지나온 인생이 떠올랐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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