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반응형

시선과 기억

맑은 봄, 관악산에서 지난해, 어마어마하게 높아진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기 위해 내가 시작한 것은 등산이었다. 평소 가끔 가기도 했던 등산을 당시에는 매일 했다. 어떨 때는 야트막한 산자락까지, 산행하기 좋은 기온과 컨디션이라면, 좀더 높은 산마루까지 올라가곤 했다. 사진을 찍은 이날은 산자락, 내가 즐겨 앉아 있는 소나무 아래 넙적바위까지 다녀왔다. 콜레스테롤 때문에 마음이 찹찹했었는데, 새 덕분에 웃었다. 꽃들과 돋아나는 새싹! 도토리를 가득 입에 문 다람쥐와 재빠르게 나무 사이를 뛰어다니는 청설모, 사람들을 무서워 하지 않고 바싹 다가오는 귀엽고 예쁜 새, 곤줄박이! 산에서는 웃을 일들이 많다. 더보기
폐허가 된 성터를 거닐며 프랑스의 '베슈렐'(Bécherel)이라는 작은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오래된 성벽이다. 모두 허물어지고 일부만 존재하는데, 남아있는 망루조차 풀로 뒤엉킨 모습이다. 더이상 도시를 방어할 기능을 상실한 성벽 망루에 조각된 기사는 세월의 비바람으로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깎여 있다. 그리고 그 성벽 위로, 다시 비가 내린다. 더보기
가시양골담초꽃이 만발한 해안에서 봄마다 프랑스 브르타뉴지방에는 코코넛 냄새가 나는 진노랑의 아종(ajonc: 가시양골담초)이 핀다. 들판에도, 언덕에도, 바닷가에도... 온통 아종으로 뒤덮이면, 4월이 온 것이다. 돌아와, 한번도 간절하게 그곳을 떠올리지 않다가 아종을 보니, 가슴 저 깊은 데서 물결이 인다. 더보기
성벽위 꽃이 지는 아침 프랑스의 '앤느봉'(Hennbont)이라는 도시를 방문했을 때는 서양 겹벚꽃이 한창이던 사월 아침이었다. 이곳은 근처에 독일군 기지가 존재한다는 이유로, 2차 대전 당시 연합군의 폭격을 받은 곳이다. 폭격으로 폐허가 된 까닭에 도시의 건물은 대부분 20세기에 지어진 것들이다. 그러니 다른 곳에 비해 도시 경관은 보잘 것 없다. 그런 중에도 멋진 성벽과 중세의 오래된 성당이 건재하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차가운 공기가 채 가시지 않은 아침... 슬픈 도시의 성벽 위, 꽃이 지고 있었다. 더보기
'생말로'(Saint-Malo) 성벽위 걷기 프랑스의 '생말로'(Saint-Malo)를 둘러싸고 있는 성벽(remparts)은 아주 두꺼운 이중벽으로 되어 있다. 그래서 다른 어떤 성벽보다 넓고 견고하다. 멀리 바다를 통해 쳐들어오는 영국인들을 막기 위해서였을까? 내륙에서 침략해오는 프랑스 왕국을 막기 위해서였을까? 아니면, 자기 조국 브르타뉴로부터의 압력을 막기 위해서였을까? 생말로는 예로부터 해적들의 소굴로 알려져 있다. 그런 탓에 이들 모두가 생말로 사람들에겐 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 어디에도 통제받지 않았던 해적들이 이룩해 놓은 견고한 성벽 위를 걸으며, '진정한 요새란 이런 곳인가보다', 생각했다. 더보기
에딘버러(Edinburgh)의 슬픈 골목길 관광객으로 넘치는 '에딘버러'(Edinburgh) 시내는 조금만 발길을 돌리면, 아주 좁고 가파른 골목길이 너무 많다. 처음 이 골목들을 발견했을 때는 너무 아름다워, 펄쩍거리며 골목을 누비고 다녔다. 그러나 과거 이곳에서 행해진 잔인하고 비인권적인 사건을 알게 되면서는... 너무 슬프다. 에딘버러의 골목들은 과거 가난한 사람들의 삶의 흔적을 잘 보여주고 있다. 골목 한가운데 서면 그들의 처연한 눈빛이 느껴진다. 슬픈 골목길... 더보기
지난 추억 되돌아보기 프랑스 몽펠리에(Montpellier) 추억의 장소에서 바라보는 건 도시의 풍경이 아니라 지난 추억들이다. 먼 시절, 대륙을 횡단해 프랑스까지 온 것은 순전히 세월을 훌쩍 넘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정말 거짓말처럼 세월이 지났다. 살아서 그 긴 세월을 다 빠져나왔다. 결코 지나가지 못할 것 같은 긴 세월을 빠져나와, 내가 살아 있다. 더보기
바람속을 걷다 스코틀랜드의 '에딘버러'(Edinburgh)에서 도시를 휘감고 있는 엉겅퀴꽃 장식에, 상점마다 가득 쌓여있는 알록달록 체크 모직천들에, 좁고 긴 골목길에, 온통 마음 빼앗겼지만 그럼에도 가장 내 마음을 사로 잡은 건 '홀리루드 파크'(Holyrood Park)다. 에딘버러를 또 간다면, 그건 바로 그곳에 다시 가고 싶어서일 것이다. 더보기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