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 있는 안양에는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에 자리잡은 도시이다.
그런 이유로 산이 많고 그 곳에는 또 절도 많다.
생각해 보면, 작은 도시에 이렇게 절이 많은가 싶을 정도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절들이 엄청 큰 규모는 아니다.
작고 소박한 산사들인데, 그곳에 소소하게 존재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모아 보았다.
위 사진은 안양사의 샘물이다.
물앞에 서면, 그냥 지나치지 못한 정도로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어서 한모금 꼭 목을 축이게 된다.
바람에 딸랑딸랑 맑은 소리를 내며 흔들리는 이 풍경도 안양사에 찍은 것이다.
풍경과 함께 보이는 산사의 뜰이 참으로 고요하다.
이 기와조각들로 쌓은 탑은 관악산 둘레길을 따라, 산허리에서 들어가게 되는 망해암입구의 모습이다.
부서져서 흩어져 있는 기와조각들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하나둘 돌탑을 쌓아놓았는데, 그것이 정말 많다.
모두 한사람 한사람의 기도가 모인 장소라고 생각하면, 경내보다 더 성스러운 장소처럼 생각된다.
이 사진을 찍었을 때는 진달래가 활짝 피었던 봄이었다.
이 물확도 망해암에서 본 것이다.
소박한 물건인데, 한눈에 봐도 오래되어 보인다.
이 오래된 돌담은 관악산의 '염불사' 담장이다.
그리고 이 문은 염불사 '칠성각'의 문이다.
염불사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전각인데, 이곳에서 바라다 보이는 산사풍경이 정말 아름답다.
이 부처님도 염불사에 찍은 것이다.
내가 한참 힘들게 가파른 비탈길을 올라, 염불사를 가는 이유는 이 보리수 나무를 보기 위해서이다.
보리수 나무는 서양에서 '띠얼'이라고 부르는 나무이다.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었다는 '보리수'나무는 실제로 이 나무는 아니라고 한다.
이 나무는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의 '보리수'노래의 '보리수'가 바로 이 '띠얼'나무이다.
게다가 이 나무의 꽃송이는 말려서 차로 마시는데, 그 맛이 정말 좋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마들렌느'와 '홍차'를 마시면서 과거를 회상하는 구절로 우리에게 알려진 '홍차'는 원문으로 보니, 홍차가 아니라 '띠얼차'였다.
나는 옛날 프랑스에 유학할 때, 띠얼차를 마시는 걸 정말 좋아했다.
한국에 돌아와서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띠얼차를 마실 수 없다는 점이다.
또 띠얼나무를 보면서 띠얼나무들이 줄지어 자라고 있는 가로수를 수없이 걸어다녔던 동네를 생각하는 것도 즐겁다.
사진속 나뭇잎 사이에 가늘게 십자모양으로 반짝이듯 보이는 것이 띠얼나무의 꽃이다.
꽃과 함께 달려 있는 이파리처럼 보이는 기다란 가짜 잎을 말려서 차로 우려 먹는다.
띠얼차를 마시지는 못하지만, 안양에서 띠얼나무를 보면서 살게 된 것은 행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