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내여행

비로봉에서 상왕봉 가는길, 오대산의 나무들

반응형

오대산 비로봉은 너무 높고 가팔라서 쉬이 도전할 마음이 들지 않는 봉우리이다.

그래도 오대산을 갈 때마다 주저하면서도 용기를 내는 건 비로봉에 가야만 볼 수 있는 나무들 때문이다.

나는 비로봉에 도착하면, 항상 상왕봉으로 향하는 하산코스를 선택한다.

그 코스에 가장 아름다운 나무들이 있다. 

비로봉에서 숨을 고르고 상왕봉을 향해 조금 걸으면, 가장 먼저 우리를 반기는 나무는 사스래나무다.

능선을 따라서 군락을 이루며 자라고 있는 사스래나무는 온통 은빛이다.

사스래나무는 겨울에 정말 아름답다.

눈 쌓인 능선을 따라 온통 은빛인 사스래나무가 눈과 함께 빛이 난다.

그 모습이 너무 눈부셔서 신비스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나무에서 신비스러움을 느낀 건 사스래나무가 유일했다.

그런 사스래나무를 5월에 다시 보았다.

새순이 돋고 있는 사스래나무는 봄에도 여전히 아름답지만, 겨울만큼 감동적이지는 않다.

가장 아름다운 사스래나무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눈쌓인 한겨울에 비로봉을 가길 권한다.

사스래나무는 은사시나무나 자작나무보다 키가 작은 것이 특징이란다.

나무 줄기는 이들 나무보다 더 짙은 은빛 같은데, 그건 순전히 내 느낌이다.

사스래나무는 마치 사람이 팔을 양쪽으로 펼친 듯 줄기를 넓게 펼치며 자라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튼튼하고 위용있어 보였다.

그런데 뭐니뭐니 해도 봄에 아름다운 나무는 참나무이다.

사스래나무 군락을 조금 벗어나면, 참나무 군락지가 나타난다.

이 나무들은 떡깔나무를 닮았다.

그러나 아직 잎이 성숙하지 않아서 알아볼 수가 없었다.

겨울에는 별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던 참나무들이 너무 아름답다.

참나무도 햇볕을 충분히 잘 받아서인지, 굵은 가지에 짧닥만한 모습이다.

게다가 가지를 넓게 펼치고 서 있는 모습이 너무 다부져 보여, 쓰다듬어 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러고보니, 오대산엔 여름에 간 적이 없다. 

푸른 잎으로 뒤덮인 사스래나무와 참나무가 보고 싶다.

오대산에서 빼놓을 수 없는 나무는 주목나무다.

완만한 능선을 따라 펼쳐지던 참나무군락지가 끝나고, 비탈길에 접어들면 주목나무들이 나타난다. 

주목나무는 한 군데 무리지어 있지 않고, 몇 걸음마다 한 그루씩 등장하는데 모습이 나타날 때마다 그 아름다움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주목나무도 사스래나무처럼 겨울에 멋지다.

눈속에서 짙은 청록으로 빛나고 있어서 눈에 금방 띤다. 

엉금엉금 조심해서 산을 내려오면서도 주목나무를 구경해야 하니, 긴장되고 심장도 떨리고...

아무튼 늘 정신없는 상태로 산을 내려오게 된다.

나무들이 정신을 쏙 빼놓는 건 오대산이 유일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