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서북부, 브르타뉴 지방에는 선사시대의 유적인 선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선돌이 줄지어 서있는 열석을 발견하는 것은 꼭 흔한 것은 아닌데, 생각지도 않은 '카마레 쉬르 메르'(Camaret-Sur-Mer)에서 열석을 발견했다.
아침 일찍 이곳의 바닷가를 향해 가던 길이었다.
큰 규모는 아니지만, 위용이 짱짱하게 느껴지는 거대한 선돌들이 긴 줄을 이뤄 서 있었다.
우리는 가던 길을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열석이 존재하는 걸 모른 채 카마레 쉬르 메르에 왔던 차였다.
아침 햇살이 만든 긴 그림자가 거석들을 더욱 거대하게 느껴지게 했다.
카마레 쉬르 메르에 있는 이 열석은 꺄르냑에 있는 수천개의 열석군에 비하면 작고 초라하지만, 바닷가의 너른 들판에서 만나는 선돌군이 주는 느낌은 또 남달랐다.
그러고 보면, 브르타뉴 바닷가에 위치해 있는 선돌을 직접 본 것은 이것이 처음이다.
어느곳에 가면, 바닷물에 잠겼다가 드러났다가 하는 열석군도 있다는데 아직 그곳을 가보지는 못했다.
이정표 맨 위, 노란 글씨로 쓰여 있는 것이 바로 이 열석의 이름이다.
'Alignement de Lagatjar'은 'Lagatjar열석'이란 뜻이다.
Alignement은 줄지어 서있는 열석을 지칭하는 프랑스어라 금방 알아봤는데, 'Lagatjar'은 브르타뉴 언어인 것 같다.
너무 낯설어 발음조차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글자다.
이처럼 브르타뉴지방에서는 브르타뉴고유의 단어로 된 지명도 자주 본다.
'Alignement de Lagatjar'가 위치해 있는 곳은 'Georges Ancey 거리'이다.
나는 정확한 위치를 알아놔야겠다는 생각에, 길이름이 적혀 있는 푯말을 사진에 담았다.
이 푯말 뒤로 멀리 열석이 보인다.
선돌들 하나하나는 마치 돌이 된 거인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사람의 옆모습을 닮은 듯한 이 돌은 더욱 그런 느낌이다.
당시는 11월이었는데, 마침 햇볕이 좋은 아침이었다.
날씨가 안 좋았을 때, 이곳에 왔다면 느낌은 또 많이 달랐을 것이다.
나는 이 돌들을 안아도 보고, 손바닥으로 쓸어도 보면서 한참을 있었다.
브르타뉴의 선돌들은 아직도 미스테리에 싸여 있다.
이런 거대한 돌을 무슨 이유로 세워 놓았는지, 게다가 줄지어 길게 늘어놓은 이유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나도 이 돌들을 보면, 항상 그 이유가 궁금하다.
이제, 그만 떠날 시간이다.
생각지도 않은 선돌들을 발견해서 한참을 지체했다.
여행을 하면서 좋은 것 중 하나는 생각지도 못한 시간과 장소에서 놀라운 걸 만날 수 있다는 것다.
예상하지 못한 만남이 주는 당황스러움과 감동!
이날 카마레 쉬르 메르에서 본 이 열석이 꼭 그런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