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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르타뉴여행

르 콩케 (Le Conquet), 프랑스 바닷가마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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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콩케'(Le Conquet)는 계획에 없던 여행이었다.

게다가 존재 자체도 모르고 있던 곳이다.

브레스트(Brest)의 관광안내소에 가서 이 근처 트레킹하기 좋은 장소를 소개해 달라고 하자, 한 직원은 주저하지 않고 '르 콩케'를 추천해 주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가기 좋은 장소라는 것도 큰 이유였다. 

설득력 있는 직원의 추천에 따라, 우리는 '르 콩케'로 향했다.

버스에서 내려, 찰랑찰랑 파도소리가 나는 쪽을 향해 내려왔더니, 금방 바다가 나타났다.

'르 콩케'는 마을도, 바다도, 관광지 분위기가 전혀 나지 않는, 너무나 평범한 바닷가 마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파도가 잔잔한 만에는 작은 요트들이 정박해 있기는 했지만, 다른 바닷가에 비하면 너무 적은 숫자다.

해안에는 사람들조차 없다.

지역주민들은 다 어디를 갔나? 싶을 정도로 한가한 풍경이다.

한가지 인상적인 것은 해안가에 과거 이곳 '르 콩케'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사진들이 커다란 판넬에 전시되어 있었다.

그것을 구경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이 사진은 놀랍게도 1900년에 찍은 것이란다.

'어부들과 16세 이하의 견습선원들' 모습이라는데, 견습선원들이 너무 어리다.ㅠㅠ

이 사진은 드렐라(Drellach) 둑에서 큰 게를 잡는 통발을 만들고 있는 장면이라고 쓰여 있다.

시진속의 둑과 그것이 걸려 있는 장소가 꼭 닮았다.

바로 이 둑이 '드렐라'둑인 걸 한눈에도 알겠다.

사진속 장면과 크게 변하지 않은 것에 나는 더 놀랐다.

'르 콩케'는 게잡이로 유명한 곳인 것 같다.

현재보다 과거에 어업으로 더 활기를 띠었던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시에서 설치한 안내판에 따르면, 이곳은 오늘날도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한 갑각류 포획 어항이라고 한다.

그리고 심해에 사는 고기들도 많이 잡힌다고....

그러고보니, 바다가 정말 깊은 느낌이다.

육지하고 가까운 곳조차도 짙은 파랑색이다.

우리는 마을 구경을 이 정도에서 멈춘 뒤, 트레킹 코스를 향해 방향을 틀었다.

모래톱이 제법 넓은 해안을 지났다.

역시, 모래사장에 가까운 바다조차 엄청 깊어 보인다.

그래도 여름에는 이곳에서 사람들이 해수욕을 하겠지? 생각하면서 계속해서 걸었다.

바다가 정말 아름답다.

이 모습은 모래톱을 지나 야트막한 해안의 언덕에 올라가 뒤를 돌아봤을 때의 모습이다.

한눈에 보이는 '르 콩케'의 마을 풍경!

아름답다. 

이것이 우리가 트레킹 코스를 잘 가고 있다는 걸 알려주는 표지판이다.

그랑도 랑도네 34번 코스!

하얀과 빨간색의 두줄 표시는 프랑스에서 '그랑드 랑도네'(Grandes Randonners: 큰 트레킹) 코스를 의미한다.

그리고 사진에서처럼 나란한 두 줄은 직선으로 계속 가라는 뜻이다.

이 표지판을 잘 읽으면서 걸으면, 트레킹을 무사히 마칠 수 있다.  

바로 이 길을 계속 가면 되는 것이다.

이런 표시는 담벼락이나 나무의 몸통에, 어떨 때는 바위나 방책 위 등, 눈에 잘 띠는 곳 어디에나 그려져 있다.

그 표시들을 놓치지 않고 잘 살피면서 걸어야 길을 잃지 않는다.

파도가 센 바위 언덕을 지나... 

풀밭같은 해안 언덕도 지났다.

한참 걸었다고 생각했는데, 뒤를 돌아보니 너무 멀리 않은 곳에 '르 콩케'가 보인다.

그러나 곧 마을은 우리 눈을 벗어났다.

그러고는 하늘과 바다만 보이는 해안을 따라 한참을 걸었다.

멀리, 커다란 배가 보인다.

저건 여객선일까?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바다에서는 멀리 있는 배만 봐도 반갑다.

그리고 해안 언덕에 던져 놓은 옛날 범선에 달려 있었을 것 같은 닻!

프랑스 바닷가마을에서는 오래된 닻을 발견하는 건 흔한 일이다.

그들은 오래된 닻으로 마을을 꾸미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뭐든 역사적인 것은 버리지 않고 장식품으로 이용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이런 닻은 마을의 부둣가에, 역사적인 조각상 아래, 혹은 성당앞 광장에 조차 장식되어 있다.

내가 프랑스 바닷가 마을에 있다는 것이 실감나는 순간이다.

관광안내소 직원의 조언대로 '르 콩케'에 온 것은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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