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중 메모

여행중 길을 잃는다는 건, 플루공블랭(Plougonvelin) 이야기

반응형

 

이름도 생소한 플루공블랭(Plougonvelin)이라는 작은 마을은, 몇 년 전 프랑스 시골마을의 버스시스템을 잘 몰라 우연하게 들르게 된 곳이다.

조금만 열심히 버스 정보가 담긴 팜블렛을 읽었더러면, 결코 들를 일 없는 곳이다.

이 마을에 도착했을 때는 해가 뉘엇뉘엇 지고 있는 11월 의 오후였다.

약 1시간 후에, 브레스트(Brest)의 숙소로 돌아갈 수 있는 버스가 올 예정이라고 했다.

시간도 많이 남았고 잠시 숨을 고를 겸, 우리는 작은 동네를 둘러보기로 했다.

마을은 구경할 거라고는 없는 평범한 시골 읍내의 모습을 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도 보기 힘든 너무 평범한 모습이다.

마을의 가장 큰 광장 쯤 되어 보이는 곳도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정말 볼 것이 하나도 없다.

그런데...

바로 이런 이정표를 발견했다.

근처에 해변과 공원이 있다는 표시가 눈에 띈다.

게다가 공원과 해변은 같은 방향이다.

바로 저기를 가보자!

케뤼자? 라고 읽어야 하나?

아무튼 발음하기도 쉽지 않은 이름의 Le Parc de Keruzas(Keruzas공원)는 몇 발짝 가지 않아서 바로 발견했다.

우리는 그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런데 그곳 호수에 놀라운 풍경을 보았다.

바로 백조 한쌍!

​백조 말고도 청둥오리들과 이름을 알 수 없는 새들이 더 있었다.

백조는 사람에 익숙한 듯 내가 부르지도 않았는데, 호수가에 서있는 나를 보자마자 통통 달려왔다.

​나는 그사이 버스가 없어, 브레스로 돌아가지 못할까봐 마음 졸였던 불안감이 백조와 함께 싹 사라짐을 느꼈다.

도리어, 이렇게 플루공블랭(Plougonvelin)에 우연히 오게 되어 백조를 보게 되어 행운이라고 깔깔거리며 소리내어 웃었다.

​세상에는 길을 잃지 않았다면 발견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내 인생의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몇몇은 길을 잃고 헤맬 때 발견했던 것들이다.

 플루공블랭(Plougonvelin)에서 발견한 백조도 그중 하나가 되었다.

그러고보면, 유명한 '백조의 호수'라는 발레 작품의 발레리나들은 ​확실히 백조를 닮았다.

백조를 구경하고 공원 밖으로 나와 해변을 향해서 걷다가 가정집 울타리로 심겨져 있는 히드꽃들도 보았다. 

해안의 언덕이나 무덤가에서만 보았던 히드꽃들이 이렇게 주택가에서 보기는 처음이었다.

게다가 흐드러지게 무더기로 피어있는 탐스런 히드꽃은 이곳에서 처음 보았다.

그러고 나서 발견한 바다!

바다는 언제 보아도 아름답다.

해가 기울고 있는 늦은 오후의 바다다.

사람들마저 모두 떠난 한적한 분위기였다.

미역줄기에 척척 말린 부표만 모래톱 위에 뒹글고 있었다.

여름에는 꾀 사람들이 많이 찾을 것 같은 고운 모래의 너른 해변이다.

이날 길을 잃어 들른 플뤼공블랭에서는 정말 아름다운 것들을 너무 많이 보았다.

그리고 무사히 숙소로 돌아오는 버스도 탔다.

그래서 꼭 길을 잃는 건 나쁘지 않다고 오랫동안 생각했다.

인생도 똑같았었던 것 같다.

인생에서도 길을 잃었다고 느낀 적이 여러 번 있었는데, 그때마다 생각하지 못한 세계가 열리고 거기서 새로운 나를 만나고 변하고 발전하고 했던 것 같다.

어쩜, 지금이 바로 그런 상황일지도 모르겠다.

코로나로 인해서 너무 많은 것들이 바뀌고 변해야 했던 바로 이 시기도 길을 잃고 헤맸던 인생의 어떤 지점과 너무 닮았다.

사진첩 속에서 우연히 발견한 플루공블랭의 오래된 사진들을 보면서 생각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