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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생활

바다, 저 너머에 두고온 것이 너무 많아! 프랑스 북부 앙블르퇴즈 해안에서 들뜬 마음으로 유학생활을 시작하고 나서도 한참 동안 바다에 가 볼 생각이 나지는 않았다. 버스로 한 20분만 달려가면 그 세계적이라는 지중해가 펼쳐지는 도시에 살면서 그곳을 찾은 건 한 달이 훨씬 지나서였다.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여름의 그저 평범한 해안이었건만, 바다를 대하고 섰을 때서야 다리에 힘이 풀리며 우루루 무너져 내렸다. 너무, 너무 멀리 와 있었다 그렇게 주저앉아 가는 눈으로 수평선을 바라보며, 두고온 것들을 생각했다. 기꺼이 손을 놓은 것들, 그렇게 돌아서 한번도 다시 뒤돌아보지 않았던 것들... 그 뒤로도 유학 생활은 참으로 즐거웠다. 그곳의 생활과 공부는 내게는 여행 같았다. 그러면서도 어쩌다 바닷가에 설 때면, 두고 온 것들이 생각나 바다는.. 더보기
아프리카소년과의 이별 내가 살았던 렌(Rennes)의 우리 동네, 한 폐허가 된 공장건물 벽에는 한 아프리카 소년과 코끼리가 그려진 낙서화가 있었다. 나는 이 그림을 무척 좋아했다. 저녁에는 동네 둘레길을 산책하곤 했는데, 한참 동안 이 그림을 보면서 걷는 것이 좋았다. 방책으로 둘러진 산책로를 따라 소년에게 가까이 다가갔다가 다시 소년으로부터 멀어져 하염없이 걸었다. 그런 산책길에 소년은 길동무 같은 존재였다.그림속 아프리카 소년의 슬퍼보이는 큰 눈에서 시선을 쉽게 거둘 수 없었다. 이 그림은 그저 거리 예술가들이 그린 낙서화에 불과했다. 언젠가 사라질 거라는 사실 때문에 더 애뜻한 마음이었는지도 모른다. 이 소년은 내게 사라짐의 미학을 생각하게 한 존재이기도 했다.당시 머물렀던 렌은 시 차원에서 낙서화를 적극적으로 지원하..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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