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반응형

프랑스생활

프랑스 생활 추억 이곳은 높은 아파트에서 내려다 보이는 프랑스 렌( Rennes)의 가정집들의 뜰 풍경이다. 렌에서 약 2년간 산 것은 벌써 10년 전의 일이다. 바로 이 아파트 3층, 중앙에 보이는 커다란 창이 우리집 거실창이었다. 오른쪽에 내려져 있는 덧창 한쪽까지가 우리 집이다. 그 창은 바로 침실 창이다. 밤이면, 덧창 사이의 작은 구멍으로 바람이 들어오면서 하모니카 소리를 냈다. 바람이 많이 부는 이 고장에서 밤마다 바람이 만드는 하모니카소리는 슬프면서도 으스스했다. 10년이 거의 다 되어서 다시 찾은 렌! 우리집 화단에는 당시 귀국하면서 심고 온 타임이 엄청 크고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 이 타임 허브는 슈퍼에서 작은 화분으로 사서 베란다에서 키우다가 아파트 화단에 심어놓고 온 것이었다. 타임을 보니, 세월이 흘.. 더보기
프랑스의 벼룩시장 나들이 프랑스에서 유학을 했을 때도, 긴 여행을 했던 때도, 나들이삼아 산책삼아 내가 즐겨 다녔던 곳은 벼룩시장이다. 그곳은 마을마다 연중 행사로 벼룩시장이 펼쳐진다. 벼룩시장이 열리는 날은 '9월 몇 째 주 토요일, 혹은 일요일' 식으로 일년 중 한 날을 정해 고정해 놓는다. 마을마다 열리는 달도, 날짜도 다른 만큼, 날씨가 좋아지기 시작하는 봄부터 시작해 추워지기 전 가을까지 동네 단위로 열리는 벼룩시장을 즐길 수 있다. 벼룩시장이 열리는 날은 마을의 축제일이다. 마을마다 존재하는 봉사단체들의 부스들이 자리를 잡고 평소 인사만 나누며 다니던 이웃주민들이 벼룩시장 좌판을 사이에 두고 환담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나같은 유학생에게는 생활용품이나 헌책을 싼값에 살 수 있는 때였고, 여행을 하면서는 특별.. 더보기
추억속 참나무 산책로 이곳은 몇년 전 약 2년 동안 살았던 프랑스 렌의 '게리내 산책로'이다.긴 겨울이 가고 물이오르기 시작하는, 꼭 요즘같은 계절의 산책로 모습이다.근처에 있는 '아삐네(Apiné)호수'를 가기 위해, 얼마나 많이 이 길을 걸었는지 모른다. 중간엔 볕이 잘 드는 넓은 공터도 있다.공터라고 해야 사이길로 들어설 수 있는 작은 로타리 같은 곳이지만, 나무가 별로 없는 이 지점은 볕이 잘 들어 환하고 따뜻했다. 게리내산책로에 있는 이 나무들은 거의가 참나무다.우리나라에서 본 적 없는 조금은 색다른 도토리가 달리기는 하지만, 참나무가 분명하다.비가 많이 내리는 고장답게 나무 몸통에는 푸른 이끼들이 피어있다.이끼와 함께 자라는 나무들은 비가 많이 내리는 숲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한다. 비가 많이 와서일까? 아니면 옆.. 더보기
바다, 저 너머에 두고온 것이 너무 많아! 프랑스 북부 앙블르퇴즈 해안에서 들뜬 마음으로 유학생활을 시작하고 나서도 한참 동안 바다에 가 볼 생각이 나지는 않았다. 버스로 한 20분만 달려가면 그 세계적이라는 지중해가 펼쳐지는 도시에 살면서 그곳을 찾은 건 한 달이 훨씬 지나서였다.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여름의 그저 평범한 해안이었건만, 바다를 대하고 섰을 때서야 다리에 힘이 풀리며 우루루 무너져 내렸다. 너무, 너무 멀리 와 있었다 그렇게 주저앉아 가는 눈으로 수평선을 바라보며, 두고온 것들을 생각했다. 기꺼이 손을 놓은 것들, 그렇게 돌아서 한번도 다시 뒤돌아보지 않았던 것들... 그 뒤로도 유학 생활은 참으로 즐거웠다. 그곳의 생활과 공부는 내게는 여행 같았다. 그러면서도 어쩌다 바닷가에 설 때면, 두고 온 것들이 생각나 바다는.. 더보기
추억의 향나무 조각 이 나무 조각은 향나무이다.사진상으로 크기를 짐작하기 어렵지만, 사실 이 조각들은 아주 작은 것이다. 20여년 전 프랑스에서 유학을 할 때, 세들어 살던 집의 주인 할아버지께서 들일을 하러 가셨다가 잘라다 주신 선물이다."찌꺼야! 향을 맞아봐~ 향이 너무 좋지?" 하시며, "네게 주는 거다." 하셨다.나는 고맙다고 인사를 하며, 이 나무조각을 받아 바로 냄새를 맡았다.한번 숨을 "움~"하면서 들이마시면서 금방 '향나무'라는 걸 알았다. 아마도 당시 할아버지는 내게 향나무의 불어식 이름을 말씀하셨을지도 모르겠다.그러나 당시에도 지금도 나는 향나무의 불어식 표현은 모른다.다만, 너무 반가운 표정으로 이 나무가 무슨 나무인지 안다는 표현을 했고 내 표정 속에서 할아버지는 내가 잘 알고 있는 나무라는 걸 아셨을.. 더보기
아프리카소년과의 이별 내가 살았던 렌(Rennes)의 우리 동네, 한 폐허가 된 공장건물 벽에는 한 아프리카 소년과 코끼리가 그려진 낙서화가 있었다. 나는 이 그림을 무척 좋아했다. 저녁에는 동네 둘레길을 산책하곤 했는데, 한참 동안 이 그림을 보면서 걷는 것이 좋았다. 방책으로 둘러진 산책로를 따라 소년에게 가까이 다가갔다가 다시 소년으로부터 멀어져 하염없이 걸었다. 그런 산책길에 소년은 길동무 같은 존재였다.그림속 아프리카 소년의 슬퍼보이는 큰 눈에서 시선을 쉽게 거둘 수 없었다. 이 그림은 그저 거리 예술가들이 그린 낙서화에 불과했다. 언젠가 사라질 거라는 사실 때문에 더 애뜻한 마음이었는지도 모른다. 이 소년은 내게 사라짐의 미학을 생각하게 한 존재이기도 했다.당시 머물렀던 렌은 시 차원에서 낙서화를 적극적으로 지원하.. 더보기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