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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일출봉 아래 성산포 터진목 해안가, 제주 4.3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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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제주도 성산포에 있는 일출봉을 구경하고 내려와 해안길을 따라 조금 걸었다.

이곳이 제주도의 올레길이 시작되는 1코스이다.

이 해안 너머로는 일출로가 길게 뻗어있다.

일출봉 꼭대기에서 바라다 보이는 바닷가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일출봉을 내려가자마자 이곳으로 달려왔다. 

기대한 대로 너무 아름답다.

해안을 따라 조금 걸었을 때의 일이다.

한 표지석이 눈에 띤다.

'표지석이 왜 바닷가에 있지?' 궁금해 하면서 가까이 갔다.

바로 이곳이 제주 4.3 당시 성산읍 지역 양민들이 집단 학살 당한 장소라고 한다.

그 장소를 표시한 표지석이었던 것이다.

이곳 성산포 터진목 해안가에서 1948년 제주 4.3사건 당시, 군인과 경찰에게 무고한 양민들이 학살 당했다는 사실을 자세하게 기록해 놓았다.

갖난 아기에서부터 80이 넘은 노인에 이르기까지, 잔인한 학살이 벌어진 장소라는 것이다.

더욱이 가족들이 모두 몰살당해 시신을 수습해 줄 사람이 없어서 이곳에 그대로 묻힌 사람도 많았고, 바닷물에 떠밀려나간 시신도 많았다고 한다.

나는 숙연한 마음이 들었다.

제주도에서 벌어진 학살사건은 먼 바다 너머의 일이라고 여겨져,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이렇게 학살 현장에 서 있으니 몸이 으스스 떨렸다.

현무암이 부서져 만든 너른 검은 모래톱 위에서 꽃잎처럼 쓰러진 사람들이 눈에 아른거리는 듯 하다.

마침, 4월 3일이 다가오니 이 사진들이 생각나서 사진첩을 뒤졌다.

잊지 않기 위해, 이렇게 표지석을 세워주신 제주 4.3사건 성상읍 유족회 회원들이 고맙다.

덕분에 나같은 사람도 이곳의 양민학살 사건을 알았으니, 고마운 일이다. 

그러고 보니, 검은색 모래가 펼쳐진 제주도 해안이 여느 바닷가보다 훨씬 비장하게 느껴진다.

바다도 더 짙고 푸르고 슬프게 생각되는 건 그냥 나 혼자만의 느낌일까?

세상에는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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