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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여행

성벽위 꽃이 지는 아침 프랑스의 '앤느봉'(Hennbont)이라는 도시를 방문했을 때는 서양 겹벚꽃이 한창이던 사월 아침이었다. 이곳은 근처에 독일군 기지가 존재한다는 이유로, 2차 대전 당시 연합군의 폭격을 받은 곳이다. 폭격으로 폐허가 된 까닭에 도시의 건물은 대부분 20세기에 지어진 것들이다. 그러니 다른 곳에 비해 도시 경관은 보잘 것 없다. 그런 중에도 멋진 성벽과 중세의 오래된 성당이 건재하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차가운 공기가 채 가시지 않은 아침... 슬픈 도시의 성벽 위, 꽃이 지고 있었다. 더보기
'생말로'(Saint-Malo) 성벽위 걷기 프랑스의 '생말로'(Saint-Malo)를 둘러싸고 있는 성벽(remparts)은 아주 두꺼운 이중벽으로 되어 있다. 그래서 다른 어떤 성벽보다 넓고 견고하다. 멀리 바다를 통해 쳐들어오는 영국인들을 막기 위해서였을까? 내륙에서 침략해오는 프랑스 왕국을 막기 위해서였을까? 아니면, 자기 조국 브르타뉴로부터의 압력을 막기 위해서였을까? 생말로는 예로부터 해적들의 소굴로 알려져 있다. 그런 탓에 이들 모두가 생말로 사람들에겐 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 어디에도 통제받지 않았던 해적들이 이룩해 놓은 견고한 성벽 위를 걸으며, '진정한 요새란 이런 곳인가보다', 생각했다. 더보기
봄, 프랑스 숲길 봄, 프랑스의 숲은 겨우내 내린 비로 온통 진흙탕이다. 길 가장자리, 덜 질척거리는 곳을 골라 조심스럽게 숲을 걷다가 고개를 들면너무 숲 깊숙히 들어오지 않았나 하는 걱정에 불현듯 두려움이 일었다.그러나 이런 공포심에 가슴 졸이며 서둘러 숲을 돌아나오면, 늘 몇 발짝 가지 않아 찻길이나 마을어귀가 나오곤 했다. 더보기
땅의 끝, 새로운 세상이 시작되는 곳 프랑스 두아르느네(Douarnenez) 항구에서 여기가 땅의 끝일까? 늘 끝을 만나는 것은, 끝에 도달하는 것은 두렵다. '여기가 세상의 끝이구나!' 했던 적이 있었다. 인생을 살면서 정말 모든 것이 끝났다고, 더는 발을 디딜 곳이 없다고 느낀 적들이 있다. 그러나 늘 그 끝에서 내가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새로운 세상은 내게 늘 그렇게 왔다. 끝이라고 생각한 바로 그 지점에서, '죽자!'하며 낭떠러지 바로 앞으로 한발을 디딜 때야만 그 세상은 열렸다. 옛날 거친 바다를 향해 배를 띄웠던 사람들의 마음도 이랬을까? 땅 끝, 대서양으로 향한 항구에서 바다를 보니, 지나온 인생이 떠올랐다. 더보기
휴식 프랑스 서북부 에메랄드 해안에서 해안에 난 오솔길을 따라 한참을 걸었다. 숨을 돌리며, 돌 위에 잠시 앉아있었는데 하늘과 맞닿은 바로 그지점에 내가 있었다. 더보기
여행객의 가방 -프랑스 라곶(Pointe du Raz)에서- 나는 물건이 너무 많다. 필요한 물건은 물론, 필요할 것 같은 것에서 신기한 것까지... 조금이라도 흥미가 가는 물건이 있으면, 거의 사는 편이다. 그래서 서랍, 찬장, 창고 등은 온갖 물건들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이런 내 태도가 시험 받을 때가 있는데, 바로 여행을 할 때이다. 여행을 할 때는 갖고 싶은 것을 다 살 수 없다. 게다가 짐을 지고 다녀야 하는 상황이라면, 있는 것조차 덜고 싶은 심정이다. 작고 소소한 기념품이라도 살 수 있다면, 그건 정말 운이 좋은 경우다. 그러나 그래서 여행이 좋다. 등에 한봇짐 짊어지고 다니며, 사람이 살기에 그렇게 많은 물건이 필요하지 않다는 걸,너무 마음에 드는 것을 놓고 뒤돌아서는 법을 배운다. 더보기
선사시대유적을 찾아가는 길 프랑스의 브르타뉴지방에는 선사시대 거석 문화유적이 많다.사진 속의 이 거대한 돌은 돌드브르타뉴에 있는 선돌로, 나는 이 돌을 보기 위해 인적 드문 차도를 한참 걸었다.누가? 왜 이곳에 이렇게 거대한 돌을 가져다 놓은 걸까?가끔 아주 오래된 문명 이전에 형성된 유적 앞에서 현기증을 일으킬 때가 있다. 더보기
프롤로그 '브르타뉴’는 바람의 고장이다. 브르타뉴에 살면서는 늘 바람속에 있었고, '바람'을 생각했다.바람... 밤마다 노래처럼 들리는, 들판을 휘감는 바람 소리를 들었다. 어떻게 바람이 그런 소리를 내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옛날 '롤렐라이 언덕'에서 어부들을 홀렸다는 인어들의 노래소리가 바로 이런 소리가 아니었을까, 생각하며 잠을 청하곤 했다. 슬픈… 노래… 내가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걸 안 건 불과 몇 년 전이다. 일을 하면 할수록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것들을 좇아 다시 더 큰 일을 벌이고, 그러면서 더 많은 시간을 일에 할애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문득 일에 너무 집중해 있는 나를 발견했다. ‘이건 아닌데’라고 생각했지만, 이미 가속도가 붙어 빠르게 돌고 있는 사이클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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